자주국방 KFRX 스핀오프-[IFRX](1) 동인워크!



네에, 드디어 시작입니다~


 

인도의 수도 뉴델리의 교외지역.

금방이라도 무너질것만 같은 허름하다 못해 을씨년 스러운 외형의 콘크리트 건물들이 바둑판 처럼 밀집해 있었다

길은 포장은 커녕 황색의 황토가 진득히 엉켜있었으며, 그 사이를 바늘 하나 꽃지 못할것 같이 사람들과 이륜차량, 자동차, 그리고 '소'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내리쬐는 태양

찌는듯한 폭염

그리고 후각을 마비시켜버릴듯한 강렬한 악취가 가득한 오물처리장에서 '그남자'는 연신 대걸래로 오물들을 치우고 있었다.

땀이 흘러내리는 그 얼굴은 힘든 기색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희노애락 그 어떤 것도 찾을수 없는 표정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남자는 그저 대걸래로 바닥을 닦고 있었다

침울한 회색의 콘크리트 바닥이 세상의 그 어떤 색으로도 표현을 할수 없을것 같은 색의 오물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내 사라진다, 다시 드러냈다 또 다시 사라진다.

남자의 턱을 따라 땀이 흘렀다. 무더운 날씨였고, 태양은 내리쬐며, 후각을 마비시키는 오물의 냄새로 가득차 있었다.

그곳은 지옥이라고 부른다면 지옥이라고 할만한 곳이었다

하지만 너무도 당연하게도, 그곳은 지구상 어느 한 복판에 있는 실재하는 공간이었다

"이봐! 더 빨리 할수 없는거야! 괜히 설렁설렁 하면서 농땡이 부렸다간 일없을줄 알아!"

뚱뚱한 허리를 씰룩거리면서 땀으로 코팅된 돼지의 모습을 한 오물 처리소의 소장이 오물들을 한곳으로 밀어넣고 있는 작업을 하는 여러 남자들에게 꽥꽥 소리를 질러댄다

남자들은 그런 말을 아예 들리지도 않는다느듯 무표정하게 연신 걸래질을 할뿐이었다.

"에이 정말 이놈의 '하리잔' 놈들이란 하여간에 쓸모가 없어! 숨쉬면서 공기만 오염시키는 오물들일 뿐이지!"

남자는 손에 든 뿌리 바지(속에 빈 빵에 감자, 향신료를 넣은 길거리 음식)를 게걸스럽게 씹어대다가 질렸는지 인부들이 일하는 오물 처리장에다 홱 던져버리고는 돌아서선 넘실거리는 뱃살을 들어올리며 뒤뚱뒤뚱 걸어간다


남자는 무표정하게 자기 앞의 오물더미에 떨어진 그 음식으로 시선을 옮겼다.

배에서 큰 소리가 울려퍼졌다

ㅡ배가 고프다

남자는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ㅡ배가, 너무 고파

남자의 손이 오물로 뻗어간다, 오물에 파묻혀서 겨우 빵의 일부만이 드러난 뿌리 바지를 주워 들었다


인도에는, 하리잔 이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인도의 카스트에서도 못드는 최하층의 천민중의 천민

숨쉬는것 조차도 공기를 더럽힌다고 매도당하는, 이미 인간으로 취급받지 못하는 자들 이었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는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현실은 이렇게, 엄연히, 구시대의 유물을 생생하게 재연하고 있었다.


ㅡ배가 고파

남자는 손에 든 그것을 응시했다

오물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후각은 이미 마비된지 오래였다

역겨움 따위, 오래전에 버린지 오래였다.

입을 벌렸다. 이미 '오물'이 되어버린 그것을 입에다 가져가려고 하고 있었다-


"안돼요"

문득 들려오는 가녀린 여성의 목소리. 이상하게도 시끄러운 소음이 울려퍼지는 오물 처리소 한가운데에서 너무나도 분명히 '남자'에게 들렸다.

그 목소리가 들린곳으로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여자였다

16세, 17세, 아무리 많게 생각해도 10대 중후반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선이 가녀린 자그마한 여자였다

인도 여성의 전통 복장인 사리를 입고 있었고 피부는 연한, 카푸치노의 갈색이었다.

눈은 마치 심해와도 같은 깊은 푸른빛을 띄고 있었으며 갈색의 직모는 뒤로 가지런히 묶여있었으며 이마에는 빨간 빈디가 또렷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녀는 맨발로. 아무렇지도 않게 오물 위에 서 있었다


남자는 현실감이 없었다

마치 꿈을 꾸는듯한, 도저히 현실성이 없는 그 광경에 그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고 있을수밖에 없었다.

여자가 남자 에게로 다가간다. 그리고는 선이 고운 손을 들어서 그 '오물덩어리'를 쥐고있던 남자의 팔을 가볍게 잡고, 아래로 내렸다.

"그걸 먹으면, 당신은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것이에요."

여자는 한없이 깊은 눈동자로 남자의 눈을 응시하며, 조용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당신은, 인간이잖아요? 그것을 포기하면 안돼요"

어느새 남자의 손과 그것을 잡은 여자의 손은 아래로 내려가있었다

남자는 그 오물 덩어리를 떨어뜨렸다


ㅡ처음으로

처음으로 자신을 인간으로 불러주는 사람은


이 지옥도와도 같은 오물더미 위에서 오롯이 서있는

마치 진흙탕 속에서 피어난 연꽃과도 같은, 여신의 모습을 한

그 여자, 그 '소녀'였다


"ㅡ저와, 함께해 주세요"

 

무명의 하리잔 남자, 그의 삶이. 그곳에서 회전하기 시작했다

 

 

 

 

 


"IFRX, 정식명 '아준'"

나지막하고 무게있는 남자의 목소리가 좁은 공간에서 울려퍼졌다

"이자리에 계신 모두가 기억하시다 시피, 지난 2006년, 루트가 인도 북부의 히말라야 산맥 지역에 강하했을때는 정말 뒤통수를 후려맞은듯한 기분이었지요."

"도저히 루트가 강하할거라고 예상치도 못한, 있는거라곤 야크와 마오이스트, 원주민들과 셀파, 그리고 산이 있으니까 오른다는 산에 미친 녀석들만 있는 촌구석이었으니까"

"맞습니다, 그동안 루트가 공격을 해온것은 주로 우리 인류의 주요 거점들을 강습하다가, 최근에는 저희측의 대 루트 방어망을 교묘히 피하면서 도시와 같은 '인류측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줄수있는 곳'을 노려온것이 대개의 행동패턴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곳 중동-인도양 지역에 대한 대루트 방어 전력은 공백인 상태로 남겨져 있었지요."

"처음에는 러시아나, 파키스탄 어느놈이 저 산골짜기에다 FRX라도 만들어놓은거 아닌가 하고 긴장했었지. 생각해보면 진땀 빠지던 순간이었어"

"그리고 독일의 GFRX '슈툼티이거'가 UN의 요청에 따라 루트와 조우, 전투개시 단 10분만에 거의 무방비상태로 루트는 두들겨 맞고는 완파에 가까운 상태로 겨우겨우 코어유닛만이 퇴각하는
데 성공을 했습니다. 뭐 여기까지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

"영연방 당사국의 일인데 영국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오질 않았지,덕분에 별 관련도 없는 독일에만 빚을져버리고 말이야"

"이후 MIB의 조사 결과, 당시 히말라야 산맥 지역에 강하했던 루트의 목적은 본격적인 파괴행위가 아니라 일종의 탐색- 그러니까. 매우 불안정한 히말라야 산맥의 플레이트 경계면을 탐사했던 거라고 하더군요. 아마도 지구의 지각활동을 일종의 전략병기로 사용하려는 목적의 탐색이 아니었을까 하고 추측할 뿐입니다."

"슬슬 루트도 정공법이 아닌 다른 방법을 구가한다는걸로 봐야겠군."

"예, 지난 8월 일본해.....남한에서는 동해라고 표기하는 해상에서 벌인것과 같은 선상의 일이었지요. 지구의 지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것을 꾀한다는점이 말입니다."

"덕분에, 우리는 의외로 쉽게 UN에게서 FRX의 개발을 승인받을수 있었지. 녀석들도 자기 안마당 한가운데의 지붕이 뻥하니 뚫려버린걸 가만히 두자니 신경쓰일테니까."

"하지만 인도에게는 FRX를 개발할 만큼의 기술력을 지니지 못했지요. 뭐 사실 지금도....."

이것은 젊은 여성의 목소리

"미스 웰링턴."

"아... 실례했습니다. 아직 '충분한 제반조건을 갖추지 못한'인도로서는 저희 영국에게 기술이전을 요청했지요.그리고 저희 영국은 영연방국인 인도, 당신들에게 많은 FRX의 제반기술을 이전했고 인도의 환경에 적합한 전투,기동,전술능력을 지닌 FRX를 개발...'합동'개발하는데에 성공한것입니다."

합동은 무슨, 결국엔 너희 영국이 다해먹은 거고 돈을 번것도 너희들이잖아. 기술도 다 주지 않았으니 너같은 떨거지가 세트로 따라오고, 아무튼 영연방의 수장이라고 온갖 거만을 다 떤다니까....

라고 한것은 중년 장성의 마음의 소리

"결론적으로 현재 IFRX 아준은 인도군에 양도되어 전력화를 목전에 두고있지요. 그리고, '파일럿'도 구해졌고 말이죠"

"파일럿이 구해졌다.....인가."

중년의 장성이 볼멘 듯한 소리로 말하곤 쯧-하고 혀를 찼다
남자의 눈은, 방 한편에 뚫린 유리창 너머에 있는 넓은 공간을 향해 있었다.

[뭐하는거야 멍청아!! 왼쪽으로 틀라고 말했잖앗!!!]

엄청난 소음의 여성의 찢어지는 고함소리가 지축을 뒤흔들었다.

....아니, 뒤흔든것은 그 '목소리'가 아니었다.

지축을 뒤흔드는것은. 그 넓은 허허벌판 한가운데를 헤치고 달리는 강철의 몸뚱이였다.

전차였다. 세계의 그 어떤 전차와도 닮지 않은, 외형상으론 3~4세대급의 최신 전차의 형상을 크게 늘린것이었다.

지축을 뒤집어 파는 캐터필러와 포탑, 그리고 한가운데의 주포는 분명히 이것이 전차라는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방금전 터져나온 여성의 목소리는, 분명히 전차의 한가운데서 나는 소리가- 지금 두명의 남성과 한명의 여성이 있는 방 안의 스피커에서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소리였다.

".....하지만 파일럿이 저모양이어야 말이지....."

중년의, 군복을 입은 장성이 조용히. 위관모를 푹 눌러써서 그 장면을 시야에서 지워버렸다.

 

 

 

 


"이 멍청이 밥통 해삼 말미잘아! 목위에 붙은건 장식이냐!? 어엉!? 장식이냐고옷!! 왼쪽으로 회피기동하라고 말했잖앗!"

마치 상대를 잡아먹을듯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것은.

어두운 전차 내부에서, 유독 하얗게 빛을 발하는 여성의 형상이었다.
타오르는듯한 붉은 눈동자를 부릅뜨고 거친 컬의 머리를 산발하여 늘어뜨리며, 핑크색의, 가는 실루엣의 입술을 잔뜩 벌리며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살의에 가까운 적의를 뿜어내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귀신의 모습, 그 자체였다.

"미, 미안해 '칼리'...."

그와는 대조적으로 완전히 기어가는듯한 낮은 목소리의 남자의 목소리가 그 뒤를 이었다.

-남자는 전차의 한가운데에 자리잡았다.

그의 눈은 전면의 대형스크린에 향해있었으며, 양손은 조종스틱과 여러 기기를 조작하고 있었다.

"크아아 답답해! 맨날 미안 미안 그놈의 미안 소리는 아주 입에 들러 붙었구만!"

여자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다시 일갈한다. 그 '여자'는 남자의 왼편에 '떠있는듯이 자리잡고 있었다'

".....미안"

"캬악! 또 그놈의 미안!!"

"자자, 진정하렴 칼리. 나가르도 일부러 그런게 아니니까...응?"

불쑥 남자의 오른편에서 나오는 또 하나의 희미하게 발하는 하얀 빛을 두른 여성이 한명. 이쪽은 반대편과는 대조적으로 사파이어 색의 눈동자를 지니고, 곧은 머리카락은 가지런히 뒤로 묶여 있었다, 얼굴
의 모습 자체는 왼편의 여자와 같았지만 분위기 만큼은 마치 야누스의 얼굴과도 같이 서로가 정 반대였다.

"아무튼! 파르바티 언니는 나가르 한테 너무 오냐오냐 한다니까! 이러니까 애가 이모양인거 아냐!"

"어머, 칼리처럼 매섭게 다그치면 어떤사람이든 저렇게 될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한마디에 방금전까지 뱅골 호랑이마냥 으르렁 거리던 '칼리'라고 불린 그녀는 입술을 다물고 그저 우웅~ 하는 표정으로 '파르바티'라 불린 그녀를 노려보기만 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남자는 그저 멍청한 표정을 지으면서 전면 스크린을 바라보고만 있다.

"저기.... 그, 이제 뭘하면 되는거야?"

남자의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에 두명의 여성이 홱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정돈 니 머리로 좀 생각좀 하라고 자식아! 다음은 당연히ㅡ!"

"어머, 그렇네요. 다음 훈련은 그러니까....."

"변형이잖아 이 멍청아!/변형 시퀀스 차례네요?"

일갈과 자상한 그 목소리와 동시에, 두 여성은 각자의 '좌석'으로 다시 몸을 누인다

"벼,변신이지? 그렇지..? 그, 그럼 시작한다...?"

"기다리기 지겹다! 당장 해버렷!! 아준 인형(人形)변형!!"

"자, 잠깐 우와악ㅡ!!"


흙먼지를 피워 올리며 시속 80km에 가까운 고속질주중 갑자기 공중에서 '튀어올랐다'

공중에서 튀어오른 '전차'는 각부의 플레이트가 벌어지고, 관절이 기동하며, 접혀지고, 펴지는 과정을 단 1초 남짓한 시간만에 완료해서-

공중에서 하나의 '사람'의 형상이 되었다.

하지만 사람의 형상으로 변형된것까진 좋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그 '사람'의 형상 의 다리가 땅에 닿자 마자 기체가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는 관성의 법칙에 의해서 상체가 땅바닥을 향해 곤두박질 칠 태새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야이 자식아 제대로 중심잡아!! 언니의 밸런스제어가 너때문에 엉망이잖앗!!!]

사람형상의 거체, FRX '아준'은 그대로 상체가 땅에 닿을락말락 하면서 한발로 땅을 긁으며 수십미터를 미끄러져 가다가- 겨우겨우 왼발을 앞으로 내밀어 땅을 지탱하다가 다시 관성 때문에 이번에는 왼발 하나만으로
완전히 허리를 뒤로 해 무슨 림보 하는듯한 자세가 된 채로 다시 수십미터를 미끌어 지다가 가까스로 균형을 맞춰서 상체를 일으켜 세운 뒤 양 발로 쿵쾅 거리며 지면을 몇번 박차다가 겨우 피어오르는 먼지구름
사이에서 우뚝 서는데 성공했다

사실 우뚝 서는것도 아니라 마치 아크로베틱을 하는듯한 우스꽝스러운 포즈로 간신히 균형을 잡은채 멈춰서있는 것이지였지만

[....하...아...사, 살았다.....]

[.........야이 멍청한 나가르 이자식아아아!!!!]

FRX 아준의 MSN '칼리'의 일갈이, 외부 스피커를 타고 FRX전용 특수 훈련장의 지축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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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데프콘1 2009/03/22 21:19 # 답글

    오오옷 스핀오프 기대중입니다!!!
  • 오토군 2009/03/26 08:38 # 답글

    오옷 드디어!!! 감사합니다!!! O>-<

    덧 : 일단 체크포스트부터 걸고 천천히 음미하겠…(쳐갈린다)
  • 오토군 2009/04/02 09:40 # 답글

    …하하. 저쪽도 꽤나 안습하군요. 그래서 미소녀가 "나 좀 도와줘." 하면 일단 튀고 보는게 목숨에 좋다는 건 로봇물의 법칙.(…)

    그나저나 저기 '운전교습' 하는 아이디어 저도 우주전 훈련시킬때 써먹으려고 했던 건데 아니 이런.(…)

    덧 : 독일 FRX는 German FRX가 아니라 Bundesrepublik Deutschland FRX, 즉 DFRX입니다.
  • 明鏡止水 2009/06/24 10:01 # 답글

    어쩌다보니까 KFRX를 스핀오프한 이 작품의 존재를 알고 보게 되었습니다.

    김병장못지 않게 갈굼당하고 사는 나가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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